(성과개념의 중요성과 혼란) ‘성과관리’와 ‘성과평가’가 인사관리의 핵심 기능으로 부각되는 이유는, 그만큼 성과 개념이 인사관리 뿐 아니라 조직 운영의 중심에 있기 때문입니다. 성과를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성과관리의 방향이 달라지고, 구성원의 마인드셋과 행동양식이 달라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조직이 성과와 결과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많은 조직에서 결과를 성과로 오인하기 때문에, 성과의 본질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성과 개념에 대한 통일된 정의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각 조직이 자기 나름의 해석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인사관리의 효과성 관점에서 일관되고 타당한 정의를 세우고 지속적으로 적용하는 것입니다.

(결과(Result)란 무엇인가?) 리워크팀은 책임과 통제의 관점에서 성과와 결과를 구분합니다. 결과란 업무 수행자의 통제 범위를 넘어서는 외부 요인에 의해 나타나는 상태입니다. 개인의 노력은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운, 시장 상황, 이해관계자의 행동 등 다양한 외부 환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예를 들어 ‘매출 100억 달성’, ‘불량률 0.5%’, ‘시장점유율 1위’, ‘고객만족도 20% 상승’ 등은 모두 결과입니다. 이는 수행자의 통제 범위 밖에서 나타난 달성된 상태(state)로, 그 자체를 성과로 볼 수는 없습니다.

(성과(Performance)란 무엇인가) 반면 성과는 업무 수행자가 통제할 수 있는 산출물(output)입니다. 육체노동자의 경우 창출해야 할 성과가 사전에 명확히 정해져 있기 때문에 표현이 비교적 쉽습니다. 예를 들어 화장실 청소원의 경우 ‘깨끗한 바닥’, ‘화장지 비치’, ‘향기로운 냄새’가 그가 창출한 성과입니다. 이는 그가 직접 통제할 수 있는 산출물이며, 이를 통해 이용자의 만족도(결과)가 높아집니다. 하지만 현대 조직의 중심인 지식노동자(Knowledge Worker)의 성과는 다릅니다. 지식노동자의 일은 ‘임무완수’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지식노동자의 성과는 한마디로 ‘해결대안(Solution)’입니다. 예를 들어 불량률을 낮추기 위한 새로운 공정 개선 아이디어,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프로세스 재설계안 등이 지식노동자의 성과에 해당합니다.

(왜 성과와 결과를 구분해야 하는가) 지금까지 성과(Performance)와 결과(Result)에 대한 리워크팀의 생각을 전달드렸습니다. 성과라는 개념에 대해 조금 더 명쾌해 졌었기를 기대합니다. 이제 왜 이런 생각의 정리가 중요한지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언어의 문제가 아닙니다.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행동을 결정하는 철학의 문제입니다.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은 누구나 조직에 기여해야 하기 때문에 개인이 조직에 얼마나 기여했느냐를 확인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만일 조직구성원이 본인의 성과를 ‘불량률을 0.5%로 낮춘 것이다’라고 하면 그 말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습니까? 이렇게 묻게 될 것입니다. ‘알겠는데, 그래서 당신이 그것에 기여한 것이 무엇인가?’라고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성과는 ‘기여’(Contribution)라는 개념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왜 결과를 성과로 생각하는가) 많은 조직이 결과를 성과로 규정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측정이 쉽고, 그것이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KPI나 목표관리(MBO) 같은 도구가 원래의 의도와 다르게 해석되어, 결과를 성과로 규정하는 것이 맞다고 합리화 시켰습니다. 우리는 이것이 인사관리를 어렵게 하고 인사관리의 효과에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현상을 만들어 낸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과를 성과로 볼 때 발생한 현상) 결과를 성과로 규정하면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현상과 이로 인해 나타난 현상들을 살펴 보겠습니다. 영업사원은 성과를 창출할 수 있지만, 지원조직은 창출할 성과가 없다고 규정합니다. 이는 조직의 성과창출 메커니즘을 왜곡시키는 심각한 인식 오류입니다. 측정이 쉬운 결과를 성과라고 규정하다 보니 KPI가 평가기준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드러커의 ‘Management by Objectives and Self-Control’(목적과 자율에 의한 관리)도 원래 내용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이해하고 사용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 조직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우리가 독자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다 보니 본질을 보지 못하고 보편적인 현상으로 이것들을 판단하고 사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조직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이런 현상들은 조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성과를 결과로 생각하면서 성과에 대한 학습이 사라졌습니다. 결과만을 추종하면서 왜 성공했는지, 또는 왜 실패했는지 성찰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대 조직의 구성원은 지식노동자처럼 일해야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그들은 자신이 창출해야 할 진짜 성과가 아니라, 합의라는 이름으로 강요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일하게 됩니다. 결국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주체성을 잃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조직의 학습 능력이 저하될 수밖에 없고 조직의 경쟁력은 점점 더 떨어지게 됩니다.

(결과를 성과로 인식하는 문제의 본질) 육체노동자처럼 일을 하게 되면 성과와 결과의 구분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육체노동자의 일은 결과를 성과로 규정하는 조건(측정이 쉽고, 가치 있는 것)을 충족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결과를 성과로 규정하려고 하는 생각의 근간에는 조직구성원들을 육체노동자처럼 관리하려는 의도와 인식이 깔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면 이것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직구성원들을 지식노동자처럼 일을 하게 해야만 조직의 경쟁력을 키워 나갈 수 있다는 현실을 전제로 인사관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게다가 요즘 많은 조직에서 시도하고 있는 조직개발, 리더십, 코칭이라는 도구와 개념이 결과를 성과로 인식하고 있는 이상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습니다.

(성과의 정의) 리워크 팀이 생각하는 성과의 정의는 ‘가치 있는 것에 기여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가치 있는 것이 결과입니다. 육체노동자의 성과도 이런 정의에 부합합니다. 물론 육체노동자 자신은 가치 있는 것에 관심이 없겠지만, 육체노동자에게 창출해야 할 성과라고 정해준 관리자는 이런 정의에 따라 성과를 규정했을 것입니다. 성과는 가치 있는 것에 기여할 때 고성과로 인정할 수 있습니다. 이런 과정이 바로 ‘성과평가’입니다. 이런 정의에 따라 성과를 규정하고 성과를 창출하려고 할 때 효과적인 성과관리 방식을 개발할 수 있습니다. 이미 우리에게 알려진 많은 도구와 개념(드러커의 ‘Management by Objectives and Self-Control’(목적과 자율에 의한 관리), 노튼과 케플란의 BSC, 맥클리랜드의 역량, 좋은 기업에서 실행되고 있는 1on1 미팅, 상시 360도 피드백, 전략 등등)들이 우리가 정의한 성과에 기반하여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성과를 정의하는 일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그것이 인사관리뿐 아니라 조직 운영의 기반이기 때문입니다. 이 글이 여러분 조직의 경쟁력 강화와 인사관리의 본질적 방향 설정에 작은 실마리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