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최근 “호봉제의 항변. 나(호봉제)는 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소환되나?”(한겨레, 2023. 2.4)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았습니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공무원 조직 혁신을 위해 단골로 등장하는 급여제도를 다룬 내용입니다. 기존 급여제도를 ‘호봉제’라고 규정짓고 이를 대신하는 새로운 급여제도로 ‘성과연봉제’ (이명박, 박근혜 정부), ‘직무급’ (문재인 정부), ‘직무성과급’(윤석렬 정부) 등이 대안으로 제시되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정부도 이런 변화를 성공시키지 못했고, ‘호봉제’는 여전히 굳건하게 버티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새로운 급여제도 도입이 성공할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2. 여러 전문가들의 자문을 토대로 작성된 기사에서는 이런 변화가 성공하지 못한 이유를 사회적 합의나 공감대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호봉제를 성과연봉제, 직무급, 직무성과급 등으로 대체한다는 말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급여 제도를 혁신해야 하는 포인트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이 두 가지 내용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3. 호봉제를 성과연봉제, 직무급, 직무성과급 등으로 대체한다는 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다음 3가지 오해 때문입니다. 첫째, 성과에 따라 결정하는 급여제도가 있고, 반대로 성과를 고려하지 않고 결정하는 급여제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이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급여제도는 성과에 따라 결정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둘째, ‘직무급’을 기존에는 없던 새로운 제도라고 생각하는데 이 또한 오해입니다. 모든 조직은 ‘직급’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는데, ‘직급’에 의해 급여가 결정되고 있다면 그것이 바로 ‘직무급’이기 때문입니다. 셋째, 급여제도를 설명하는 많은 개념들이 있는데 서로 다른 차원에서 비교되어야 하는 개념들을 마치 같은 차원에서 비교될 수 있는 개념으로 오해하고 있습니다. 오해하고 있는 3가지 내용을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4. 조직에서 개인이 받는 급여 대부분의 비중을 차지하는 기본급(Base Pay)은 성과를 창출하기 전에 결정합니다. 쉽게 말하면 ‘기본급’은 ‘후불제’가 아니라 ‘선불제’입니다. 조직에서 사람마다 받는 기본급은 다른데, 여러분은 어떤 기준으로 기본급을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기본급을 결정하는 기준을 한 마디로 규정하면 ‘기대하는 성과의 크기’입니다. 기대하는 성과의 크기를 추정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그 사람이 조직 관점에서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느냐 부터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사장’이 ‘사장 비서’보다 더 중요한 일을 하기 때문에 ‘사장은 사장 비서’보다 더 높은 수준의 기본급을 결정해야 합니다. 그럼 중요도가 유사한 일을 하는 사람들은 같은 기본급을 주어야 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일을 더 잘 해서 고성과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되는 사람에게 더 많은 기본급을 주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고성과 창출 여부를 무엇을 기준으로 추정할 수 있을까요? 3가지 기준이 있습니다. 과거에 해당 업무에서 고성과를 창출했다면 앞으로도 고성과를 창출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일을 하는데 필요한 능력을 많이 가지고 있다면 고성과를 창출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 사람이 그 일과 관련된 경험의 양을 보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호봉제’를 연공에 따라 결정되는 급여체계라고 볼 수 있는데, 연공도 일에 대한 경험을 대신하는 기준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당연히 성과를 고려한 급여제도입니다.
   
   
5. ‘직급’을 운영하고 있다면 이미 ‘직무급’을 운영하고 있는 것입니다. ‘직급’이란 ‘직무등급’(Job Grade)의 약자이기 때문입니다. 승진을 위해 직급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겠지만, 직급이라는 개념은 급여제도 설계를 위해 만들어진 개념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직급을 직무등급으로 이해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직급을 다르게 정의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직급의 원래 개념이 직무등급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직급을 직무등급이라고 설명하면 마치 지금까지는 직급을 그렇게 정의하지 않았다가 지금부터 새롭게 정의하고 운영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직급이라고 하면 과장, 부장 등을 생각할 텐데, 원래 과장은 ‘과의 장’이고, 부장은 ‘부의 장’이었기 때문에 직무였고 이것을 직무등급 개념의 직급으로 관리 되어 왔습니다. 그러다가 조직의 명칭이 과, 부가 아니라 ‘팀’으로 바뀌면서 과장, 부장이 직무등급이 아닌 신분개념처럼 바뀐 것입니다. 따라서, 직무급을 새로운 급여체계로 도입한다는 말은 옳지 않습니다.
   
   
6. 급여제도를 설명하는 여러 개념들은 급여결정 기준, 급여 결정 틀, 급여 결정 주기 등 3가지 차원에서 나눠집니다. 연공급, 성과급, 능력급 등은 급여(기본급)결정 기준으로 구분되는 개념입니다. 여기서 추가적으로 설명 드리고 싶은 것은 이들 기준들은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라는 점입니다. 즉, 급여 결정 시 연공, 성과(과거 성과),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호봉제라고 하는 것은 급여 결정 틀입니다. 호봉표라고 하는 틀에 의해 급여를 결정할 때 우리는 이것을 호봉제라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급여 결정 주기를 기준으로 나눌 수 있는 개념은 연봉제입니다. 연봉제란 년 단위로 결정되는 급여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호봉제와 연봉제를 비교한다거나, 호봉제와 직무급을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7. 지금까지 호봉제를 성과연봉제, 직무급, 직무성과급 등으로 대체한다는 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이유를 3가지 오해와 함께 설명 드렸습니다. 마지막으로 급여제도를 개선해야 할 진짜 중요한 포인트는 공정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입니다. 여기서 공정성(Fairness)이라 함은 성과에 따라 급여가 결정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호봉제를 버리고 서로 비교될 수 없는 급여제도를 도입한다고 공정성이 확보되지 않습니다. 급여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두 가지 제안을 드립니다. 첫째, 급여제도 운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직급을 원래 개념인 직무등급 개념으로 회복해야 합니다. 직무가 관리되지 않아서 직무 구분이 명확하지 않았다든지, 직무평가 작업이 어렵다든지 하는 이유로 미룰 일이 아닙니다.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지만, 직급 개념을 직무등급이라는 원래 개념으로 돌려 놓지 않으면 공정성 확보는 근본적으로 어렵습니다. 둘째, 급여 결정 권한과 공정성 확보에 대한 책임을 조직장에게 주어야 합니다. 공정성 확보를 위해서는 여러 가지 기준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고, 결정근거를 합리적이고 일관되게 설명해 주어야만 구성원들은 급여의 공정성 확보 노력을 인정해 줄 것입니다. 오해로부터 비롯된 의미없는 시도 대신 공정성 확보를 위한 노력에 집중하실 것을 제안합니다.

  Gerald Marvin Weinberg (October 27, 1933 – August 7,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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