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결정을 더 잘 하기 위해서는

2022. 12. 9.

2022/12/9 금요일 #6호

🙆‍♀️ 인사결정을 더 잘 하기 위해서는

안녕하세요. 지난 주말에는 친구와 산책을 하면서 한강을 가로질러 걸었습니다. 걷다보니 철새무리가 지나가는 게 그 관경이 왠지 서울 같지 않게 느껴져서 사진을 여러 장 찍었습니다. 철새들은 먼 거리를 비행하기 위해서 V자 모양으로 편대비행을 하는데요. 잘 아시겠지만 그렇게 비행을 하면 공기역학적으로 뒤에 있는 새들이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더 먼 거리를 효율적으로 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가장 앞에 있는 새는 어떨까요? 공기저항을 많이 받게 되겠죠. 가장 앞에 있는 새는 방향도 잡아야 하고 온몸으로 바람도 맞아야 합니다. 그래서 철새들은 선두자리를 돌아가면서 역할을 수행합니다. DNA에 새겨진 지혜가 놀랍습니다.

오늘은 리더의 역할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선발에 대해서 다뤄봅니다. 상위 조직장이 선발에 우선적으로 참여하는 게 이젠 익숙해졌지만 때로 그러한 결정이 누구의 결정이었는지? 왜 그러한 결정을 하였는지 불명확한 경우도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그 결정에 대한 책임도, 학습도 일어나지 않게 됩니다. 왜 우리는 선발이 어렵고 더 나아지려면 어떤 관점이 필요한지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두 번째는 최근 조직의 변화관리와 관련해서 자문했던 에피소드를 다룹니다. 아마 변화관리를 고민해보신 분들이라면 공감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밤이 길어졌습니다. 취향에 맞으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어려분과 함께 듣고 싶은 캐럴이 있어서 링크를 걸어봅니다. 따뜻한 겨울 되시길 바랍니다.

- 💁‍♂️ 서동재PM 드림

인사결정은 단위조직의 장(본부장, 팀장)이 해야 합니다.

이제는 과거와 달리 단위 조직을 관리하는 조직장(본부장, 팀장)이 인사결정을 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최고경영자나 인사부서가 인사결정을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여기서 인사결정은 채용, 이동, 승진과 같은 선발(Selection)에 국한해서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왜 인사결정에 대한 생각과 실제의 차이가 나는지 생각해보고 그렇게 되어도 문제가 없는지 살펴 보겠습니다.
먼저, 단위조직장이 아닌 최고경영진 또는 인사부서가 인사결정을 하는 이유는 선발이라는 인사결정을 본래 의미인 적임자 선발이라기 보다는 보상의 성격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혹시 ‘보은인사((報恩人事)’라는 단어를 들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우리나라 공무원 조직에서 관행화되어 있는 인사결정 방식을 두고 붙여진 이름입니다. ‘보은인사’란 힘들고 중요한 일을 했거나, 큰 일을 잘 치르면 그것에 대한 댓가로 좋은 자리로 보내 주거나, 승진을 시켜 주는 인사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조직에서 큰 행사를 준비하고 잘 마무리했다면 수고했다고 하면서 가고 싶은 자리를 물어 보고 그 자리로 보내 주거나, 또는 묻지 않고 누구나 가고 싶은 자리로 보내 줍니다. 이것이 바로 보은인사입니다.
‘보은인사’란 한 마디로 인사를 통해 보상을 한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됩니다. 이런 관행은 공무원 조직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많은 조직에서 일어 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선발의 한 형태인 ‘승진’(Promotion)입니다. 승진을 선발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보상의 개념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일반화되어 있습니다. 승진의 개념을 확대 해석해 보면 승진할 수 있는 자리로 이동 시키는 것도 포함합니다. 만일 선발이라는 인사결정을 본래의 의미인 해당 직위에서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적임자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보상의 개념으로 생각한다면 이런 결정 권한을 단위조직장(본부장, 팀장)에게 위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의견 정도를 내 보라고 할 것입니다. 물론 보은인사 개념으로 의견을 낼 것입니다. 모든 인사 결정이 그렇다고 말씀드리는 것이 아니라 그런 인식이 인사 결정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선발이라는 인사결정을 단위조직장(본부장, 팀장)에게 위임하지 못하는 두 번째 이유는 단위조직장들이 그 결정을 잘 할 수 있을까라는 확신을 갖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단위조직장들이 결정하는 선발이란 본인이 관리하고 있는 조직에서 일 할 적임자를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잘 할 수 있을까 여부를 떠나 단위조직장들이 결정하는 것이 당연히 옳은 일입니다. 물론 위에서 이야기한 보상 개념의 보은인사가 아니라 선발의 본래 개념을 전제한 것입니다.
단위조직장들이 선발을 결정해야 하는 이유는 두 가지 때문입니다. 첫째, 선발에 필요한 정보를 가장 많이 그리고 가장 정확하게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 선발 결과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에 선발을 위해 가장 많이 고민하고 선발 이후 그 결정이 옳았음을 증명하기 위한 노력을 단위조직장이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이해관계자들은 그저 주변인에 불과합니다. 물론 그런 결정을 잘 할 수 있는 조직장을 선발해야 하고 그런 결정을 잘 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할 수 있도록 도와 주어야 합니다. 또한 선발 결과에 대해 명확한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선발이라는 인사결정을 단위조직장이 수행해야 한다는 일반적인 인식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되지 못하는 이유를 살펴 보았습니다. 인사결정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첫번째 원인으로 제시했고 단위조직장이 인사결정 수행 주체로서 과연 그 역할을 잘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두번째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이유들로 인해 단위조직장이 인사결정을 하지 못할 경우 인사관리는 제대로 될 수 없다는 점을 말씀드리면서 이 글을 맺고자 합니다. 굳이 그 이유를 설명드리지 않아도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충분히 그 이유에 해당하는 상황을 경험하셨을거라 생각합니다.

- 이용석 PL

조직이 학습된 무기력에서 벗어나려면

프로젝트를 하다보면 체인지에이전트 그룹을 운영하곤 합니다. 체인지에이전트 그룹 운영은 프로젝트 성공에 있어서 실제 컨텐츠를 생산하고 타당성을 1차적으로 검증하는 역할을 하죠. 여기서 내용을 거르지 못한다면 조직내 변화를 효과적으로 설득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사실 더 중요한 이유는 얼리어댑터(초기 변화수용자)를 조직해서 변화과정에 연루(involve)시키고 변화에 대한 상을 구체적으로 공유하면서 네트워크를 넓혀간다는 측면에서 유효합니다. 책임감 있고 변화에 능동적인 체인지 에이전트가 모였다면 천군만마를 얻은 셈입니다. 이제 변화를 조직에 최적화시켜가는 과정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잘 반영해서 제안할 내용을 정돈하기만 하면 됩니다!
… 이렇게 말처럼 쉽기만 하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얼마전 한 고객사에서 체인지 에이전트 그룹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한 장면을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한 구성원(이하 A)이 설명회가 진행되는 동안 팔짱을 끼고 어두운 표정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설명회에 대한 질의응답을 마치면서 혹시 저와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게 있으신분은 이 자리에 남으셔도 좋다고 했습니다. 그 말이 끝나자 마자 A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PM님 저랑 얘기 좀 하시죠!”
이야기를 들어보니 과거에도 이와 유사한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모두 실패했고, 경영진이 정말 이 방향에 대해서 공감하고 있는 것이 맞는 것인가? 의문이 들고 그렇다 보니 이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진행될 것인가에 대해 확신이 들지 않는다는 의견이었죠.
새로울 건 없었습니다. 그간 인터뷰를 하며 많이 들었던 이야기들이었어요. 앞서 다양한 프로젝트가 실제로 어려움을 겪은 것 같았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와 관련해서 CEO가 몇 차례 메시지를 내었지만 구성원들이 충분히 공감하고 있진 못했죠. 우선 CEO역시 구성원들과 비슷한 이유로 변화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고 있고, 과거와 다르게 CEO와 컨설팅팀이 긴밀한 파트너십을 맺고 있으며, 이 프로젝트에 대한 오너십을 명확하게 가져가고 있음을 안내했습니다. A는 조금은 안심하는 것 같았습니다.
두번째로는 프로젝트 성공 여부에 대해서 말하기 이전에 이 프로젝트가 다루고 있는 범위에 대해서 조직내부적으로 구체적인 질문을 공유하고 터놓고 이야기 나눠본적이 있는지를 물었어요. A는 없다고 했습니다. 저는 우선 구체적인 질문을 갖고 여러 이슈에 직면하는 것 부터 해보자고 말했습니다. “당연히 최선을 다 하겠지만 컨설팅팀과 체인지에이전트가 제안하는 내용이 실제 변화에 모두 반영되지는 않을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그 변화과정에 구성원들이 목소리를 내고, 그 과정에 참여했다고 느낀다면 이전 상황보다는 분명 나은 상황일 것”이라고 말하며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중요한 것은 조직 내부에서 계속해서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는 근육을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질문했습니다. 제가 인터뷰했던 모든 직원들은 맥락은 조금씩 다르지만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A도 역시 구체적인 변화에 대한 상을 갖고 있었고 그 이유도 절박했습니다. 저 역시 A가 말한 변화의 내용에 공감했고 제안하려고 준비하고 있는 변화방향을 공유하면서 체인지에이전트로 활동해주면 좋겠다고 제안했습니다. 그는 고민해보겠다고 말하며 일어났습니다. 표정이 조금은 밝아진 것 같아 안심이 되었습니다.
A는 다음날 체인지에이전트 모집에 신청서를 접수했습니다. 며칠뒤 킥오프미팅이 있던 날 A는 미팅을 좀 더 자주하면 좋겠다고 말하면서 PM(저)을 더욱 괴롭히겠다고 말했습니다. 괴롭히겠다는 말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피드백을 하겠다는 의미여서 오히려 반가웠습니다. 불씨를 잘 살려가야 하는 과제가 생겼습니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