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노동자로의 변화에 의구심을 갖는 이유) 많은 이들이 이렇게 말합니다. “현재 구성원들이 맡은 일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데 지식노동자처럼 일 하라고 자율을 부여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또는 “모든 직무가 지식노동자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의 생각은 지식노동자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그 추진이 너무 빠르거나 획일적으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언뜻 보면 현실적이고 합리적으로 들립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생각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제시하는 타협안) 이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우선은 자기 일부터 잘하게 만든 뒤에 지식노동자로 일 할 수 있게 하는 체계로 전환하자.” 또는 “현장 생산직처럼 루틴한 일을 하는 사람들은 굳이 지식노동자로 일하게 할 필요가 없다.” 즉, 지식노동자처럼 일해야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하자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이 주장은 오늘날 우리가 처한 환경이 이미 과거와 본질적으로 달라졌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에 나온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이런 주장에 반대하는 이유 1) 지식노동자로의 변화를 육체노동자로서 일을 잘 하게 한 뒤 하자는 ‘단계적 접근’은 올바른 방법이 아닙니다. 지식노동자로 일하는 방식과 육체노동자로 관리하는 방식은 방향 자체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지식노동자는 조직의 성과 창출에 기여하기 위해 문제를 해결하지만, 육체노동자는 절차와 지시, 통제에 따라 업무를 수행합니다. 즉, 하나는 자율과 판단에 기반하고, 다른 하나는 통제와 복종에 기반합니다. 육체노동자로 일을 잘 하도록 하게 되면 그들은 지식노동자가 가져야 할 사고체계와 행동양식으로부터 더욱 멀어지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이런 주장에 반대하는 이유 2) 한 조직 안에 누구는 지식노동자처럼 일 하게 하고 또 누구는 육체노동자처럼 일 하게 하는 인사관리를 하게 되면 조직의 통합을 이루기 어렵게 됩니다 비록 직무가 다르다고 하더라도 일의 목적과 지향점은 동일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조직은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못한 집합체가 되고 맙니다.

(지금은 육체노동자처럼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과거에는 육체노동자 방식으로도 성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그때는 업무가 안정적이고, 절차가 명확하며, 변화가 적은 환경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조직구성원들도 육체노동자처럼만 일을 해 줘도 되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전혀 다릅니다. 기술과 고객이 빠르게 변하고, 부서 간 경계가 무너졌으며, 대부분의 일이 협업과 판단을 전제로 합니다. 구성원들의 수준도 예전과 달리 높아졌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지시와 통제 중심으로 그들을 관리하는 경우 그들이 조직에 기여하는 성과를 창출하기 어렵습니다. 각자는 “내 일은 다 잘했다”고 말하겠지만, 조직은 나아가지 않을 것이 크고, 그들 또한 왜 조직에서 일 하고 있는지 의미를 찾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가 이미 확인한 사실) 우리는 오랫동안 구성원을 육체노동자처럼 일하도록 길들여왔습니다. 지시를 세밀히 내리고, 절차를 통제하며, 결과만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방식 말입니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요? 겉으로는 질서와 효율이 유지된 듯 보였지만, 조직의 성과는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구성원들은 자신의 일조차 주체적으로 수행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즉, 기존의 방식으로는 더 이상 원하는 결과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을 이미 경험한 셈입니다.

(왜곡된 도구들) MBO(Management by Objectives and Self-Control), BSC(Balanced Scorecard), 역량평가 등은 모두 맥그리거의 Y이론—지식노동자를 전제로 한 철학에서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 도구들이 평가라는 통제의 수단으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정교하게 설계해도 육체노동자 방식의 조직에서는 효과가 없었던 것입니다. 결국 많은 조직이 “무엇을 더해야 할까?”보다 “이제 무엇을 버려야 할까?”라는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지금 필요한 전환) 여전히 많은 구성원들이 육체노동자의 사고방식에 머물러 있고, 리더들 역시 그들을 지식노동자로 일하게 만드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을 그대로 인정하고 유지하는 인사관리를 한다면 그 조직은 더 이상 밝은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습니다. 지식노동자는 이상이 아니라, 현실이 요구하는 존재입니다.

(정리하며) “지식노동자처럼 일하라”는 말은 이상이 아니라 현실을 직시하라는 말입니다. 이제는 “육체노동자처럼 일하라”는 말이야말로 비현실적입니다. 우리의 일, 일하는 방식, 그리고 우리가 창출해야 할 성과, 이 모든 것이 이미 지식노동자의 언어를 요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