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간리워커>경영에서 '답'이 없을 때

2022. 10. 27.

2022/10/28 금요일 #3호

👋 경영에서 '답'이 없을 때

며칠 전 송길영 부사장의 강의를 보면서 상당히 공감했던 내용이 있습니다. “이제 기업들이 퍼포먼스를 내기 위해 자유의지로 본인이 모티베이션을 가지게 만드는 쪽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과거와 달리 업무를 정의내리기 힘들다. 방향은 정해져있지만 혹은 골(Goal)도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어디까지가 나올지, 어떻게 그걸 가져갈지를 우리도 모른다. 그 이유는 이미 정의 내려져있는 것은 누군가 이미 하고 있다. 한국이 이전처럼 벤치마크를 통해서 성장하는 패스트팔로워 형태가 아니라 남들이 안한 걸해야 하는 상황으로 가버린 것이다. 매니지먼트도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각자가 각자의 궁리를 기반으로 본인의 업에 대한 열정을 가질 수 있는 형태로 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기업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는 구도로 가기 시작했다.” 이 이야기에 공감했던 이유는 우리가 성과에 대해서 왜 고민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시사점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아래 글에서 이어가보겠습니다.

- 💁‍♂️리워크 서동재PM 드림

조직 안에서 내가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성과입니다.

예전에 우리가 창출해왔던 성과(Performance)들은 따지고 보면 성과라기보다는 업무활동(Activity)의 나열에 가깝거나 아예 결과(Result)에 가까운 것들이었습니다. 이를테면 “전체교육을 3회 진행했다.”, “고객유지율 10% 올렸다.”와 같은 것들입니다. 사실 성과를 이렇게 표현한다는 것은 성과라는 것을 이미 사전에 ‘정의’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이로 인해 높은 성과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지금, 역설적으로 성과를 사전에 정의하고 이것으로 측정하고 평가하는 것이 오히려 성과창출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후술하겠지만 지식노동자의 성과는 사후적으로 가치를 판단할 수 밖에 없는 속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조직이 성과를 위와 같이 표현하고 있다면, 성과의 개념을 다시 생각해봐야합니다.
“올해 어떤 성과를 창출하셨나요?” 라고 질문하면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업무활동(Activity)나 결과(Result)를 나열하는 경우가 많지만 “성과를 창출한 경험을 들려주시겠어요?” 라고 질문하면 조금 다른 결의 답변이 나오게 됩니다. 이를테면 “코로나 상황이 지속되면서 대면교육이 어려워져서 교육효과성이 낮아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었어요, 그래서 게더타운을 써서 그 안에서 워크숍도 하고, 간단한 모둠활동을 하면 대면 교육 못지않은 효과가 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게더타운에 가상공간을 만들고 참여자들과 퍼실리테이터 역할을 분담해서 교육을 진행해보니까 참여활성화가 눈에 띄게 증가하더라고요. 줌으로 진행할 때에 비해서 개념에 대한 이해도, 현업적용도가 평균 23% 증가했습니다.” 이 답변에는 위에는 없는 요소들이 있습니다. ‘해결해야 하는 상황’(문제의식), ‘솔루션’(전략), ‘결과와의 인과관계’(맥락과 정렬)를 포함한 네러티브가 있습니다. 사전에 ‘정의’하기 어려운 높은 성과는 보통 이렇게 본인이 주도성을 갖고 조직의 미션에 기여하기 위해서 세 가지 요소를 고려할 때 나타나게 됩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조직들이 우리의 일을 KPI나 목표달성도와 같이 사전에 성과를 정의내리고 (KPI와 목표달성도로 평가를 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체조경기를 하는게 아닌데도요.) 구성원들은 그것을 채워내야 하는 재미없는 일로 만드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재미도 재미지만 이런 경영은 최소기준선을 지키는데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높은 성과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갖추는 데는 결코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어디서부터 시작해볼 수 있을까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리더(조직장)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넷플릭스의 일하는 방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원칙은 '통제가 아닌 맥락으로 리드하라'(Lead With Context, Not Control)입니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구성원이 다소 아쉬운 의사결정을 했을 때 구성원을 질책하기 보다는 조직장이 맥락을 제대로 짚어주지 않았는지 자문하라고 말합니다. 우리의 정체성을 담은 미션, 목표와 전략을 명확하게 공유하고 그 과정에서 의견을 조율하였는지?, 팀이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가설과 위험을 설명했는지? 묻습니다. 맥락을 충분히 공유했다면 우선 절반이상은 성공적입니다. 약간의 심리적 안전감만 갖춰져 있다면, 구성원들은 그 맥락들에 기여하기 위해서 주도적으로 무언가를 제안하기 시작합니다.
정리하자면 성과란 성과창출의 주체인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안에서 만들어낸 무언가입니다. 이러한 성과는 결과와의 인과관계를 고려해서 (객관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주관적으로 가치판단(평가)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인과관계는 결국 하나의 이야기입니다. 조직내 모든 구성원 꼭 이렇게 성과를 정의내리고 관리를 해야 하냐고 물으신다면, 모든 구성원이 그럴 필요는 없을 수 있겠지만 어떠한 일을 하는 구성원이건 성과를 이렇게 바라볼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하는 일이 ‘패스트팔로워’여서 가야 하는 길이 정해져 있든, 그렇지 않든 ‘해야 하는 데로 일을 하는 것’이 높은 성과를 내는데 효과적이지는 않을 것 입니다. 심지어 눈앞에 우리가 일하는 공간이 산업화된 공장 같은 공간일지라도 일을 하며 만들어낼 통찰들은 경영의 수준이 얼마나 넓고 깊으냐에 따라 가름됩니다. 넷플릭스는 자신들의 문화를 설명할 때 마지막으로 생택쥐페리가 남긴 이 글을 덧붙이면서 가야할 길을 다시 한 번 명확하게 전달합니다. “배를 만들고 싶다면, 사람들이 나무를 모으고 일을 분담하게 시키는 대신 사람들이 넓고 끝없는 바다를 동경하게 하라.”

- 서동재 PM

KPI는 성과평가 아니라, 성과 창출을 위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도구입니다.

Key Performance Indicator의 약자인 KPI는 우리나라 말로 ‘핵심성과지표’라고 번역되고 있습니다. 그런 용어때문인지 KPI를 Performance 즉, 성과를 측정하는 지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많은 조직에서는 성과평가 기준으로 KPI를 만들어 성과평가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2000년 초반에는 정부조직을 비롯하여 우리나라의 많은 조직에서 성과평가를 위한 KPI 관련 컨설팅 붐이 정말 대단했었습니다. 지금은 그 때와 비교하여 덜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KPI를 성과평가 도구로 활용하고 있는 조직이 있습니다. 그런데, KPI에 대한 이런 이해는 KPI를 소개한 BSC(Balances Scorcard)와는 동떨어진 잘못된 이해입니다. 잘못된 이해로 활용된 KPI가 조직의 경영에 도움이 되지 못했던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KPI는 1992년 노튼과 카플란 두 분이 하버드비지니스리뷰(HBR)이라는 저널에 게재한 BSC 논문(제목: The Balanced Scorecard - Measures that drive performance) 으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BSC는 여러 KPI의 집합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측정’(Measures)을 설명한 논문 제목입니다. 측정을 설명하면서 성과를 나타내거나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성과 창출을 추동(drive)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측정이 성과 창출을 추동시킨다는 말은 측정을 통해 성과 창출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렇듯 KPI는 성과평가 도구가 아니라 성과 창출을 위해 필요한 정보제공 도구입니다.
BSC라는 개념을 통해 KPI를 소개한 노튼과 카플란은 그들의 논문에서 BSC를 비행기 조종석에 있는 계기판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들은 조직에서 측정하는 지표들이 재무적인 정보를 나타내는 것에 너무 집중되어 있다고 비판합니다. 그런 정보도 중요하지만 그런 정보는 기업이 성과를 창출할 때 필요한 정보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합니다. 비행기가 목적지까지 얼마나 가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만 비행기 조종사에게 알려주어서는 비행기를 제대로 조종할 수 없을 겁니다. 그에게 다양한 정보가 제공되어야 하며, 기업도 마찬가지라는 논리를 폅니다. 그것을 ‘균형잡힌’(Balanced)이라는 용어로 설명합니다.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비행기 조종석 계기판은 본 적이 없지만 자동차 계기판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는 잘 알 것입니다. BSC를 자동차 계기판으로 비유해서 이해해도 됩니다. 자동자 운전을 잘 하기 위해서는 운전자는 자동차 계기판이 제공하는 정보에 민감해야 합니다. 계기판은 자동차의 현재 상태를 나타내는 정보, 운행 관련 정보, 외부 환경 정보, 목적지 관련 정보 등을 제공합니다. 노튼과 카플란은 기업의 경우 보통 4가지 그룹(그들은 그것을 관점이라고 표현합니다)의 정보가 필요하다고 제안합니다. ‘학습과 성장’, ‘업무 프로세스 혁신’, ‘고객’, ‘재무’ 등이 그것입니다. 그리고 이 그룹의 지표들을 선행지표, 후행지표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인과관계가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KPI가 성과평가 도구가 아니라 성과 창출을 위해 필요한 정보제공 도구라는 것을 이해하셨을거라 생각합니다. 여기에 더해 성과 창출에 필요한 정보제공 도구인 KPI를 왜 개발하고 운영해야 하는지를 이해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노튼과 카플란은 조직에서 성과창출의 주체를 조직구성원이라고 상정합니다. 조직의 성과는 조직이 스스로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구성원들이 창출한 성과로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옳은 생각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그들의 논문 말미에 사람의 행동에 대한 가정을 제시합니다. 즉, 구성원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면 그들은 그 정보에 의해 올바른 행동을 결정하고 수행한다는 것입니다. 조직구성원들을 성과를 주체적으로 창출하는 지식노동자(Knowledge Worker)로 상정한 것입니다. 만일 조직구성원들을 지식노동자가 아닌 육체노동자(Manual Worker)로서 상정한다면 KPI의 집합인 BSC의 개발은 필요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 것입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드러커의 ‘목적과 자율(OSC: Objective and Self-Control)에 의한 관리’를 목표관리(MBO)로 번역하면 서 그 내용을 잘못 이해한 것과 마찬가지로 BSC를 구성하는 KPI에 대한 효용성과 활용에 대해서도 잘못 이해했던 것 같습니다. 이로 인해 드러커의 ‘목적과 자율(OSC: Objective and Self-Control)에 의한 관리’를 잘못 이해한 것을 생각하지 않고 그것이 상황에 적합하지 않다고 하면서 그 대안으로 BSC를 도입했지만 그 역시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OKR(Objective Key Result)이라고 하는 도구를 새롭게 도입하고 있습니다. OKR은 사실 드러커의 ‘OSC에 의한 관리’와 같은 개념인데 말입니다.
본 글의 주제인 KPI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는 말씀과 함께 드러커의 ‘목적과 자율(OSC: Objective and Self-Control)에 의한 관리’에 대한 올바른 이해도 필요합니다. 글을 맺기전에 마지막으로 새로운 도구를 찾기 전에 이미 소개된 경영개념, 도구에 대해 지금 올바로 이해하고 있는지 부터 점검할 것을 제안드립니다.

- 이용석 P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