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기간동안 무심코 재생시킨 넷플릭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를 한 번에 정주행하고 말았습니다. 드라마적으로도 속도감 있는 전개에 연출이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고, 자칫 개연성이 떨어질 수도 있는 장면에서 적절한 선을 지켜서 마음 편히 볼 수 있었습니다. 더욱이 응급외상과 관련된 사회적인 이슈는 여전히 현재진행 중이어서 이슈 환기차원에서도 괜찮은 드라마였습니다. 

이 드라마는 기본적으로 의학드라마이지만 동시에 ‘의학의 본질은 사람을 살리는 데 있다’는 미션에 누구보다 진심인 사기캐릭터 백강혁(주지훈)이 리더로 있는 ACS(Acute Care Surgery : 응급수술전담팀)에 한 이야기입니다. 

잠깐 다른 이야기지만 ACS에 대한 역사를 짧게 다뤄보겠습니다. 중증외상센터 원작자이자 의사인 이낙준님에 따르면 ACS는 미국에서 온 개념으로 90년대 미국에서 중증외상에 대응하기 위한 체계가 부족하다는 문제제기에 따라서 만들어진 개념입니다. 당시 미국에서도 중증외상에 대응하는 인력은 다른 의사들에 비해 근무강도가 높았고(일반 의사에 보다 근무시간이 2배 정도 었다고 하네요.) 이런 이유로 중증외상학과는 비인기학과로 전락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 미국 외과학회들이 모여 해결책을 논의한 끝에 좀 더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인력체계를 개편하자는 합의에 이르게 되는데 이때 중증외상은 의사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다른 인력도 중요하므로 팀을 이뤄서 일정을 소화하게끔 시스템을 갖추게 됩니다. (그 밖에도 휴식보장, 트라우마 상태의 외상이 아닌 응급수술도 할 수 있게끔 개념을 확장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도 여전히 행정적인 이슈들이 많이 있어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지만, 2020년 전후로 ACS시스템이 도입되었습니다. 이처럼 ACS가 다른 의료분야보다도 특히 팀레벨의 운영을 강조하다 보니 HR적인 함의들을 살펴보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특히 ‘중증외상센터’에 양재원이라는 캐릭터가 흥미로웠습니다. 항문외과 펠로우로 잘 지내고 있던 양재원은 왜? 어떻게 보면 안정된 길이라고 할 수 있는 항문외과가 아니라 고생길이 훤한 중증외상센터에 성격도 괴팍한 백강혁을 선택한 걸까? 어쩌면 양재원의 선택이 일하는 방식의 변화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몇 가지 답을 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은 양재원이 백강혁을 선택한 이유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