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장이 바라는 구성원의 이상적 모습) 많은 조직장들이 구성원에게 바라는 모습은 비슷합니다. 스스로 알아서 일하고, 조직의 성과 창출에 기여하기 위해 창의적으로 도전하며, 기존의 방식을 개선해 나가고, 동료들과 협력하는 태도를 기대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기대와 다릅니다. 구성원들은 지시가 있어야 움직이고, 주어진 일만 처리한 뒤 결과에 책임을 지기보다는 회피하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조직구성원들의 이런 모습에 대해 조직장들은 항상 고민합니다.

(문제는 구성원의 본성이 아닌 일을 바라보는 생각) 이런 모습은 단지 개인의 책임감 부족 때문이 아닙니다. 그들이 지식노동자처럼 일하지 않도록 설계된 조직의 인사관리와 관행들이 문제입니다. 피터 드러커는 진정한 지식노동자의 예로 세 명의 석공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한 명은 돈을 벌기 위해, 다른 한명은 최고의 석공이 되기 위해, 그리고 마지막 석공은 ‘사원을 짓기 위해’ 일한다고 답합니다. 드러커는 ‘사원을 짓기 위해’라고 대답한 사람이 지식노동자라고 말합니다.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왜 일하는가’에 대한 생각에 따라 일의 본질은 달라집니다. 지식노동자는 단지 주어진 일을 잘 수행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자신의 임무를 완수한 이후에도 전체 성과에 문제가 생기면 이를 스스로 문제로 정의하고, 해결책을 찾고, 실행하며 개선합니다. 많은 조직장들이 원하는 바로 그 모습입니다.

(지식노동자처럼 일하지 못하게 만드는 구조적 요인) 조직 구성원들이 지식노동자처럼 일하지 않는 이유는, 그들이 게으르거나 무책임해서가 아닙니다. 지식노동자처럼 일하기 어렵게 만드는 조직의 제도와 관행 그리고 이로 인해 조성된 조직문화가 원인입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임무완수형’으로 일하는 방식만이 중요해집니다. 지식노동자로 일하고자 하는 생각을 갖지 못하게 하는 대표적인 요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통제 중심의 관리> 자율성과 문제정의 능력을 억압합니다. 위계적 권한 구조, 지시-수행 중심의 의사결정, 실패에 대한 과도한 질책, 책임 전가, 그리고 “규정상 안 된다”는 식의 소통 관행이 문제입니다.

<형식과 절차 중심의 운영> 보고와 형식에 집착하고 결과보다 문서를 중시합니다. 과업완수 중심의 평가, 숫자주의, 태도 중심 평가가 존재하며, 회의는 보고와 승인 중심으로 운영됩니다.

<협업과 주도성을 약화시키는 문화> 정보 공유를 기피하고, 집단 일체성이 강요됩니다. 팀워크를 강조하면서도 개인의 주도성과 발언을 억압합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창의적 문제 해결보다는 방어적 임무 수행에 몰두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인사관리 시스템과 회의문화의 전환이 필요하다) 리워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 가지 방향을 제시합니다. 첫째는 조직 구성원들이 지식노동자처럼 일할 수 있도록 인사관리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것입니다. 둘째는 자율적인 문제해결이 가능하도록 회의와 의사결정 방식을 혁신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제안을 실제 조직에 적용할 것을 조직장들에게 제안하면 그들은 납득하기 어려운 반응을 보입니다. 이때 드러나는 조직장들의 반응은 종종 ‘이중적인 태도’로 나타납니다.

(변화에 대한 조직장의 이중적 반응) 조직장들은 구성원들이 자율적으로 일하길 기대하면서도, 정작 자율성을 허용하는 제도 변화에는 난색을 표합니다. 그들이 흔히 제기하는 대표적인 우려는 다음과 같습니다. 자율을 강조하면 구성원들을 통제하기 어려워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습니다. 또한, 성과 기준이 구체적이지 않으면 그들을 평가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현업 조직장들이 새로운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도 있습니다. 더불어, 조직장 간 능력의 차이가 조직 전체의 안정성을 해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존재합니다. 그리고, 변화하는 과정에서 운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자주 제기됩니다. 이러한 우려들은 일견 맞는 것 같지만, 대부분은 과거 실패 경험에 기초한 기우(杞憂)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우려의 본질은 '준비되지 않은 자율'에 있다) 조직장들이 말하는 자율성에 대한 불안은 자율을 실행할 수 있는 전제조건—조직의 명확한 방향 제시, 직무 R&R에 대한 이해, 자율과 책임에 기반한 의사결정체계, 상시 360도 피드백 체계 등 —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자율이라는 방침만 전달되었던 과거의 실패에서 비롯됩니다. 또한 조직장들이 새로운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학습과 지원 없이 변화가 요구된 경험도 작지 않습니다. 따라서 조직장을 위한 준비과정과 전환 설계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합니다.

(변화는 불안하지만, 그 불안을 넘어야 한다) 제도의 변화가 불안을 유발할 수는 있지만, 그 방향과 목적이 명확하다면 이는 혼란이 아니라 조직 성장의 과정입니다. 기존 시스템은 임무완수형 조직을 만들었고, 이는 더 이상 경쟁력을 담보하지 못합니다.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문제해결형 조직으로의 전환이야말로 지속가능한 경쟁력의 본질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인식해야 합니다.
8. (이중적 태도를 넘어서) 조직 구성원이 지식노동자처럼 일하지 않는 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조직이 그렇게 운영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는 구성원을 바꾸려 하기 전에 제도, 관행을 바꿔야 합니다. 조직장이 말로는 ‘지식노동자’를 원하면서도 행동은 ‘육체노동자형 인사관리’를 고수하는 이중적 태도를 넘어서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