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에 기여한다는 책임의 의미) 조직구성원의 공통된 책임은 조직에 기여(contribution)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조직에 기여한다는 것은 단순히 조직이라는 추상적 존재를 위해 일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기여의 대상은 곧 조직 미션의 성공적 실행입니다. 조직의 미션은 결국 사회에 의미 있는 성과를 창출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구성원이 조직에 기여한다는 것은 곧 조직이 창출해야 할 성과를 성공적으로 실현하는 데 보탬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달리 말하면, 조직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은 조직 성과 창출과 연결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개인 성과와 조직 성과의 관계) 그렇다면 구성원은 어떤 과정을 통해 조직 성과 창출에 기여할까요?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조직의 성과와 개인의 성과 사이의 관계를 이해해야 합니다.  흔히 “개인 성과의 합이 곧 조직 성과다”라고 단순하게 생각하지만, 이는 기여(contribution)의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결과입니다. 기여란 결과 창출에 일정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뜻합니다. 따라서 개인 성과는 그 자체로 완결된 것이 아니라, 조직 성과라는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조직은 실체가 없는 개념) 여기서 우리는 조직에 대한 중요한 사실 하나를 짚고 가야 합니다. 조직은 구성원과 별개로 존재하는 실체가 아닙니다. 조직은 동일한 목적을 향해 모인 사람들이 협력하고 있는 현상을 개념화한 것이지, 물리적 주체가 아닙니다. 이 사실을 이해하면, 조직이 스스로 성과를 만들어내는 주체일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결국 조직에 기여한다는 것은 곧 나와 함께 조직을 구성하는 다른 사람들, 즉 동료들을 돕는 것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동료를 돕는다는 것의 구체적 의미) 그렇다면 동료를 돕는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할까요? 이는 동료들이 조직 성과 창출을 위해 하는 일을 더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일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는 것만으로 조직에 기여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식당에서 설거지를 하는 사람에게 당신의 책임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대부분 “손님이 깨끗한 그릇에 음식을 먹도록 하는 것”이라고 답할 것입니다. 잘못된 답은 아니지만, 이는 조직 성과와 자신의 성과를 단순히 ‘전체와 부분’ 관계로만 이해한 것입니다.

(일을 ‘동료 지원’으로 재해석하는 관점) 그러나 설거지를 하는 사람이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내가 설거지를 잘해야 홀에서 고객을 응대하는 동료가 자신감 있게 서빙할 수 있다. 또 주방에서 음식을 담는 동료가 음식을 더 맛있게 보이게 할 수 있다.” 이처럼 자신의 일을 동료를 돕는 행위로 이해하는 사람은, 조직 성과와 개인 성과를 ‘목적과 수단’의 관계로 이해합니다. 이런 관점이야말로 “조직에 기여한다”는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는 태도입니다.

(자신의 위치와 기여 과정 이해하기) 따라서 조직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조직에서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이것은 자신의 일이 조직 성과에 어떤 과정을 거쳐 기여하는지를 분명히 아는 것입니다. 설거지를 하는 사람은 식당의 성과(손님에게 제공하는 만족스러운 음식과 서비스)를 혼자 책임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는 동료들과 협력해 그 성과에 기여하는 것입니다. 조직이란 공동 목적을 지닌 사람들의 결합체이기 때문에, 동료를 돕는 태도로 일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행동에서 차이가 나타나고, 그 차이가 곧 조직의 경쟁력 즉 조직의 성과 창출을 좌우하게 됩니다.

(올바른 기여 개념이 만드는 팀워크) 조직에 대한 기여라는 개념을 올바르게 이해한 사람은 자연스럽게 팀워크를 발휘합니다. 성과 창출에 문제가 생겼을 때, 동료를 탓하기보다 “내가 동료를 제대로 돕지 못했다”는 성찰로 이어집니다. 반면 자기 일을 잘하는 것만으로 조직에 기여한다고 믿는 사람은 문제가 생겼을 때 동료에게 책임을 돌립니다. 또한 올바른 기여 개념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일이 동료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 속에서 일의 의미와 일에 대한 재미를 발견합니다. 동료로부터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으며 “내가 뭔가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끼게 됩니다.

(부분 최적화와 전체 최적화) 모든 구성원은 조직에 기여해야 한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기여가 어떤 의미인지 정확히 아는 것입니다. 흔히 “조직은 부분 최적화가 아니라 전체 최적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합니다. 전체 최적화를 위해서도, 구성원 각자가 자신의 일이 곧 동료를 돕는 것이라는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비로소 가치 있는 개인 성과가 창출됩니다.

(지식노동자가 가지는 태도) 이 관점을 받아들이면, 단순히 맡은 일을 ‘제대로’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조직 전체 관점에서 어떤 문제가 있는지 관찰하고 문제 해결에 나서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바로 고성과를 창출하는 지식노동자의 태도입니다. 예컨대 병원의 촬영기사가 “나는 촬영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에 머무르지 않고, 촬영된 영상이 환자 진단에 제대로 기여하고 있는지를 고민하는 것, 필요하다면 동료들과 협의해 문제 해결을 시도하는 것이 바로 조직 기여의 본질입니다.

(직무 R&R 규명의 목적과 책임 정의) 리워크 팀은 직무 R&R을 규명할 때 Responsibility(책임)를 이렇게 정의하도록 가이드합니다. “내 책임은 조직 성과 창출에 도움이 되는 동료들의 행동으로 표현된다.” 이 가이드는 곧 조직에 기여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합니다. 이것이 지식노동자로서 고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가져야 할 태도입니다. 조직에 대한 기여의 본질을 이해하도록 하는 과정이 직무 R&R 규명이며 이것이 성과관리의 출발점이 됩니다.